사람이 잠든 사이, 계절은 소리없이 성큼 다가와 가을을 입힌다.
원래 자연의 땅이었던 곳에 사람들이 콘크리트를 입히며 침입한 도시에
그러나 계절이 바뀔 때는 어김없이 찾아와
스스로의 영역임을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일깨운다.
옛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걸 순리로 알았기에
집을 지어도 자연과 조화롭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그런 자재들만 써서 집을 지었다는데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그런 조화로운 마음, 여유로운 마음은 모두 내팽개쳐버렸다.
내팽개친 것도 모자라 한 술 더 떠서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어 왔으나
우리가 눈 잠깐 감는 그 순간 자연은 우리보다도 더 빨리
이렇게 냉큼 자신의 영역을 표시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엄을 보여준다.
어디에선가 떼어서 갖고 온 댐쟁이덩쿨과 어딘가에서 뽑아온 자작나무도
제 땅이듯 아니듯 여의치 않고 참으로 의연하다.
미물, 인간임이 참으로 미안하다.